원래는 본가의 도시가스 검침은 거주자가 직접 집안 계량기를 확인한 후 문앞에 가스회사가 미리 붙여준 검침표에 계량기 숫자를 적는다. 검침원은 문앞을 돌아다니며 검침한 숫자를 보고 사용량을 입력한 후 그에 따라 사용요금을 부과한다. 문밖이나 더 좋게(?)는 건물 밖에 가스계량기가 있으면 검침원이 직접 사용량을 체크하겠으나 본가 계량기는 현관을 들어가서 거실-주방을 거쳐 다용도실 맨 안쪽에 있다. 이거 보아하니 검침원이 직접 계량기를 찾아다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만 계량기가 다용도실 맨 안쪽에 있고 그 앞에는 세탁기가 놓여 있다보니 본가 어르신들이 그 안쪽까지 들어가서 벽의 옆쪽에 설치된 계량기 숫자를 읽어서 문 앞 용지에 기록하는 것도 은근 힘든 일이실 것이다.
대책이 없을까... 해당 가스회사에서는 자가검침이라고 해서 온라인상에서 그 달치 계량기 숫자를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거나 메신저로 계량기 숫자를 회신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럼 계량기 숫자 입력은 내가 하면 되는데, 누군가가 계량기 숫자를 읽어서 나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손재주가 있고 개발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계량기 내의 자석이 한바퀴 도는걸 측정해서 자동화 시키신 분도 있던데 그렇게까지 할 여력은 안될 뿐더러 본가에 설치해야하니 단순해야 했다. 가장 간편하고 유지보수 걱정도 덜 수 있는 방법은 홈캠을 계량기 근처에 설치하고 원격에서 카메라를 통해 숫자를 읽으면 되겠다. 심지어 집에는 놀고 있는 홈캠이 하나 있었다.
본가에 가서 살펴보니 가스보일러와 가스계량기가 다용도실 벽의 모퉁이를 가운데 두고 ㄱ자로 설치되어 있었다. 어? 그런데 이 홈캠은 받침대 바닥에 자석이 있네? 가스보일러에 붙여볼까? 철꺼덕 하고 붙는다. 카메라의 렌즈는 자동으로 계량기쪽을 향한다. 이 정도면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
저전력 충전기와 케이블을 하나 사다가 전원을 공급하고 카메라를 와이파이에 연결했다. 적당히 위치와 거리를 조정했더니 계량기 숫자판이 아주 잘 보인다. 이제 자가검침을 입력하는 때가 되면 가스업체에서 안내 문자가 날아올 것이고 홈캠 앱을 켜서 숫자를 읽어 전송하면 된다.
낮에도 잘 보이지만 적외선 LED 덕분에 밤에도 잘 보인다. 허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