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9

10분동안 하던 엑셀 작업을 챗지피티로 10초로 줄인 후기

매일 공용 윈도우PC에서 돌아가는 특정 프로그램이 생성한 엑셀파일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있다. 가변적인 20~100행에,  열은 50여개가 있는 파일이다. 이 엑셀의 시트에서 일부 열의 데이터가 숫자 0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해당하는 열 자체를 삭제해야 하는 것. 어려운 작업은 아니되, 오류가 생기면 안되는 일이라 번거롭고 신경쓰이는 일인 셈이다.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먼저 원본 파일과 수동 정제한 파일을 동시에 업로드하고 두 파일의 차이점을 설명해보라는 것부터 시작했다. 챗지피티는 VBA를 사용하는 방법과 파이썬을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이후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한지라, 파이썬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윈도우PC에 파이썬을 설치한 후, 필요한 작업을 머리속으로 정리한 후 본격 코드 생성 요청 시작.   당연히 처음 생성한 작업 결과물은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이 잘못 나온 결과물을 어떻게 잘 설명해서 계속 코드를 개선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잘 설명"한다는 것은 오류의 본질을 파악하고 영구적인 개선 결과가 있으려면,  어떤 규칙에 의해 생성되어야하는지, 어떤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AI서비스 특성상 그렇게 처리한 이유를 묻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제대로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몇개의 결과물이 나왔고 테스트와 수정을 거쳐 완성본이 생성됐다.  생성한 데이터에 오류가 없는지 다양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동으로도,  기존처럼 수동으로도 처리한 후  spreadsheet compare 를 이용해 비교를 거쳤다. 잘 만들어졌다.  

생성한 파일을 특정 메일주소로 발송하는 과정까지 자동화 하기로 하였다. 날짜 기반한 메일 제목을 생성하고 파일 2개를 첨부하여 메일을 발송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메일을 받고보면  한글 파일 이름을 다 깨진채 도착한다는 것이다. 테스트 해볼 수 있는 모든 다른 메일 주소로  보낸 메일에서는 첨부한 파일명이 깨지지 않는데 내가 꼭 보내야 하는 그 메일주소로만 보내면 깨진다는 것.  이 또한  파이썬에서 파일 전송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챗지피티로부터 추천받아 깨지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테스트를 위해 해당 메일서버를 이용하는 사람 (특정 조직 구성원)을 찾아야 했는데, 평소 이용하던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받아 테스트를 마칠 수 있었다.  충분한 테스트 후, 실제 받아야하는 쪽으로 보내보니,  잘 받아진다 하였다.

매일 해야하는 5~10분의 작업이 배치파일 단축아이콘을 더블클릭하는 작업만으로 완료되었다.  AI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었다. 다만, 코딩이든 , 메일이든,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AI서비스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고 또 피드백을 줄 수 있겠다. 아울러 내가 처한 문제와 요구사항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하는 능력도 중요함을 느꼈다.  말하자면 AI시대의 리터러시인 셈인데, 많이들 즐겼던 AI로 이미지 생성하기야 기존에 유명했던 프롬프트를 재활용해도 된다지만 이렇게 나만 사용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개인화된 결과물과 프로세스를 만드는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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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척하면 척

아내와 척하면 척, 잘 통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우선 내가 잘 하는 것부터 들자면,

아내가 나한테 뭘 부탁하려고 할 때 "여보~"라고 부르면 대부분 뭘 요청하려고 하는지 짐작을 잘 한다. 티비 리모콘이 필요한지, 충전이 다 된 워치를 달라고 하는건지, 코풀 티슈 한장 뽑아 달라고 하는건지, 주방에 있는 과자 간식을 갖다 달라고 하는건지,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자는건지, 물 한잔이 필요한지 어쩌면 오렌지쥬스 한잔이 먹고 싶어서 부른건지 용건을 말하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아내에게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게 기본이고 어쩌면 미묘한 힌트가 아내쪽으로부터 있었을 수도 있겠다. 그걸 알아차리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고 (..에헴!)

마찬가지로 아내가 잘하는 것도 있는데,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모르는 신묘한 능력이다. 공간지각능력 더하기 남편의 지각능력을 지각하는 능력이랄까?

어딘가 산책을 하거나 길을 가다가보면 전에 한번 지나갔던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길의 모양이나 건물,지형지물등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은가. 그러면 아내한테 "어? 여기 (전에 왔던데 아닌가?를 말하기 전)....." 까지 얘기하면 아내는 "응, 아냐" .....라고 한다. "아니, 장모님이랑 그때 같이 식사하고 같이 걸어왔던 길 같은데.." "그건 옆동네 공원^^" 뭐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전에 지나갔던 데와 비슷한 길이라는걸 아내도 알고 있고 내가 거기와 여기를 헷갈린다는 것도 아는 것이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동료든 부부를 보면 '얼굴만 봐도 마음을 안다'는 말을 종종 하던데, 이런 시간이 쌓이면 그리 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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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8

삼척 1박2일 여행후기

3월에 숙소 예약한 후, 드디어 때가 되어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 더 좋았던 여행. 간략히 정리해둔다.

  • 대금굴을 예약하고 여행 첫 순서로 들렀다. 정문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교환할 때 매표직원분은 예약 내용 확인 후 추가로 할인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해주시고 환불과 재결제를 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근래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안내와 매끄러운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다정한 말과 행동이란, 노력과 의지의 결과임을 잘 알고 있기에 무척이나 감사해하고 있다.
  • 대금굴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갔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단체 관람을 하였다. 고수동굴에 비해서 험하지는 않았으나 철제 난간을 잡아야 하는 구간이 있어서 장갑이 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동굴 내부에 흐르는 물의 양과 폭포의 굉음이 장관이었다. 유선이어폰이 달린 수신기를 나누어줘서 귀에 꽂고 관람코스를 돌면 녹음된 안내,설명 멘트가 나오기도 하고 가이드가 현장에서 말하는 설명과 주의할 내용을 수신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여행 전에는 가이드분께 예전 미술전시회 때처럼 인공와우를 위한 송신마이크 착용을 부탁드려볼까 했었는데 동굴 이라는 지형 특성상 실수로라도 가이드가 마이크를 떨어뜨리면 낭패일 것 같아 그러지 않기로 하였다. 관람객이 소지한 수신기쪽 이어폰 단자에 꽂아 인공와우로 재전송하는 장치가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는 그걸 테스트 해봐야겠다.
  • 식사는 숙소 근처 삼고정문에서 생선구이돌솥밥을 먹었다. 기존 방문자들의 평들이 괜찮아서 선택한 곳으로, 4가지 생선 구이와 김치찌개, 반찬, 돌솥밥 모두 나무랄 데 없었다.
  •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항구 근처 회 센터에 갔으나 술도 안마시는데다가 회 가격도 갸우뚱 하여 구입하지 않았다. 사실 회 센터라는데를 가면 앞에서는 호객행위, 뒤에서는 다녀봐야 다 똑같다는 소리 속을 지나다녀야 하며, 어느 회를 얼만큼 사야하고 이걸 사면 뭐를 끼워주고, 이 정도는 드셔야 한다는 "조언"에 어리숙하지 않은 척 협상을 하거나 쪼잔하지 굴지 않으면서도 바가지는 쓰지 않게 거래를 해야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세운상가와 용산전자상가에 컴퓨터 부품을 사러 다니면서 단련되었던 멘탈이지만 회 센터는 아직 어렵다. ^^; 우리한테는 대형마트의 양식 광어회가 더 잘 맞는 편. 위생적으로도 믿음이 가고 계절별로 편차가 적은 육질도 그러하다. 둘이 먹으려면 생물 광어 몇마리를 사야하는지 알 수 없으나 포장된 회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마음이 편한 요인이다.
  • 회 대신 시내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포장해왔다. 삼척에 가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추천이 있던 곳이었다. 소스에는 최소한 5가지 이상의 채소가 듬뿍 들어서 과장을 좀 보태자면 소스 반 채소 반이었다. 소스에도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모듬채소 탕수육소스 버무림" 정도가 어떨까 싶다. 탕수육의 고기도 잡내없었고 바삭하게 잘 튀겨졌다. 다만, 찹쌀 탕수육의 부드럽고 쫄깃한 맛에 익숙해있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 저녁에는 숙소의 옥상 정원과 바닷가 산책을 다녀왔다. 산토리니 풍이라고 꾸며둔 옥상은 규모도 컸고 조명이며 시설이 멋드러지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펫 프랜들리라고 했던가,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실이 가능한 숙소여서 그런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들이 여럿 보였다. 원래는 사람이 걸어도 좋을법한 인조잔디인데, 곳곳에서 대소변을 보는 댕댕이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흔한 말로 '할많하않'이다.
  • 두번째 날, 식사는 조식부페로 하였다. 보통 여행지에서는 현지에서 아침 식사가 되는 식당을 찾곤 했는데 숙소가 좋다보니 이번에는 밖에서 먹는 대신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일찍 서둘러 해변가쪽 창가 좌석에 앉았다.
  • 일찌감치 체크아웃 하고, 전날 가려다가 못간 초곡 용굴촛대바위로 향했다. 무료시설 답지 않게 데크 산책로가 무척 잘 꾸며져 있었고 풍경도 좋았다. 설명 안내판도 잘 세워져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보았다. 짧은 코스임에도 유리바닥과 출렁다리도 갖추어 놓았다. 여기 안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아내와 몇번이고 이야기 했다.
  • 촛대바윗길 중간에 상징 조형물이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 했다. 앞서 초로의 부부가 서로 찍어주고 계셨는데 지나가던 다른 노부부 중 남자분께서 자신이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니 걱정마시라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주셨고, 우리를 보더니 우리도 사진을 찍어주시겠단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하며 두어컷을 부탁드렸다. 선생님 저희도 찍어드리겠습니다 하고 폰을 받아 두어컷 찍어드렸다. 이것도 인연이라, 어디에서 왔느냐 서로 묻고 즐거운 여행길 되시라고 덕담을 나누었다. 넙죽 넙죽 90도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삼척활기치유의 숲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주차장에서부터 약 600미터 정도를 올라가면 치유센터가 나오고 족욕 코스가 있었다. 따뜻한 차와 시원한 차를 선택하면 준비해주시고, 그동안 물 온도를 맞춰 몇가지의 허브를 섞어 족욕물을 만들어주셨다. 나무로 된 방 안에서 허브 물에 발을 담그고 차를 마시니 무릉계곡 신선놀음이었다. 20여분 뒤에 준비되어 있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난 후 아내가 미리 준비해 온 새 양말로 갈아신으니 개운하기 그지없다. 단, 목적지 주차장에 이르기 직전 마지막 연속으로 설치된 과속방지턱 2개가 필요 이상 높게 만들어져 있어서 원래 차고가 낮거나 탑승객이 많이 타서 높이가 낮아진 승용차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 외,

  • 충전은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19kWh, 숙소에서 아침에 급속 34kWh, 오는 길 휴게소에서 10kWh를 했다. 집에 도착해서 50kWh, 총 주행거리 약 750km이니 kWh당 6.6km 정도를 주행했다. 차량제조사에서 밝힌 복합전비가 5.5km/kWh 정도이므로 나름 경제적으로 달린 셈이다. 전기 충전비용은 약 2만6천원이 들었다. 1만원당 288km이다. 주차중 감시카메라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1만원당 주행거리 300km 안팎이지 않을까 싶다. 숙소 충전소에서는 할인되는 충전소 정보를 활용했다. 휴게소에서는 워터충전기를 써보려고 일부러 찾아갔고 명성만큼 앱과 충전기 사용 시 사용자경험이 대단히 뛰어났다. 서비스를 만든 이들의 고민과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울며겨자먹기로 써야하는 쓰레기같은 충전기와 앱을 써본 경험자로서 워터LG U+볼트업에서 만든 충전기와 앱은 천상에서 오오라에 감싸여 내려온 아이템 느낌이다.
  • 숙소 앞 주차장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어찌나 사람을 잘 따르고 말대꾸를 잘 하던지 오며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간식이라도 챙겨왔으면 좀 먹였을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녀석이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니 앞으로 SNS에서 숙소명 + 고양이로 종종 검색을 좀 해봐야겠다.

[업데이트]@2025.8.31
네이버블로그 검색해서 지밍님의 삼척여행기에서 야옹이녀석의 근황을 찾았다. 여전히 냥냥거리면서 잘 살고 있네. ^^;
https://blog.naver.com/wlals05430/223981876302
블로그 주인장님의 허락을 받아 사진 2장을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이 녀석, 애교가 만점인 녀석이었어. ㅎㅎ 정면사진은 늠름하기 그지없구나.



[업데이트]@2026.8.30
네이버블로그를 쓰시는 리델님께서 6월에 올리신 여행 후기에서 녀석의 근황을 찾았다. 이야.. 이렇게 평화로운 표정으로 즐기는 낮잠이라니 ㅋㅋ 리델님의 허락을 얻어 녀석의 근황 사진을 첨부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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