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 목요일

차 스마트키 잃어버렸다 찾은 이야기

어제 새벽에 출근하려다보니 어럽쇼. 차키가 없다. 늘 (청)바지 앞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허전하다. 얼른 집으로 올라와서 열쇠를 꺼내놨다면 있을 1순위 장소인 현관 앞 열쇠거는 행거에 없다. 신발 벗고 들어와 0순위 장소인 책상 위를 봤는데 여기도 없다. 방바닥, 옷걸이에 걸린 옷, 식탁 등을 살펴봐도 없다. 큰일이다. 예비 스마트키가 안방 서랍속에 있는건 알고 있어서 일단 예비키를 찾았다. 눌러보니 동작표시 LED가 들어온다. 다행이다. 차에서도 잘 동작하여 문제없이 일단은 출근.

전날 주차하고 차 문을 잠궜으니, 차 안에는 떨어진게 아니다. 차 안에 키가 있으면 시동 끈 후 차문이 안 잠기기 때문이다. 주차 후 집에 들어와 가방을 두고 윗도리만 벗은 후 머리를 감고 나와 바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은 후 동네 헬스장에 등록할까 싶어 들렀다가 바로 집에 온게 그날 동선의 전부다. 헬스장과 미용실에 전화해서 혹시 차키 떨어진게 있었느냐고 여쭤보니 없단다. 미용실에서든 헬스장에서든 뭐 특별히 바지주머니에서 차키가 빠져나올 상황은 없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말이다.

여러번 퇴근 이후의 행적을 되짚어보니 집안에 있을거라고 강하게 확신 한 후 퇴근. 뭐, 일이야 손에 잘 안잡히고 마음은 어수선했다. 아내는 아침에 차키 없는걸 알고는, 만약에 차에서 집에 오는 길 사이에 흘렸으면 누가 차 훔쳐갔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 단지내에서 유일한 차종인데다가 차키의 버튼을 눌러보면 바로 차를 특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차 키를 줍는 것과 그 차의 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로 가는 것은 엄청난 (범행) 결심과 실행이 필요한지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으나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퇴근하고 와서는 어제 주차했던 자리 근처를 다시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집에 와서는 키가 있을 법한 장소는 물론 없을 법한(?) 장소, 가려진 곳, 서랍, 찬장, 냉장고까지 다시 살펴보았다. 눈에 뭐가 씌면 이거 집어 넣는다고 하면서 저것도 같이 집혀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캣타워를 비롯해 꼬미의 동선은 물론 바닥에 떨어진 차키를 장난감인줄 알고 갖고 놀다가 어디론가 날아갔을 수도 있으니, 장롱, 냉장고, 티비장, 화장대, 서랍장 아래들도 다 뒤져봤지만 못찾았다. 그제 구입했으나 흠집이 있어서 반품하려고 포장해둔 국그릇이 담긴 배송상자까지 다시 테이프 뜯어서 살펴봤을 정도였다. 종량제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도 다시 살펴봤고 옷걸이에서 떨어지던 열쇠가 옆 옷의 주머니나 후드티의 모자에 걸렸을까 싶어 옷걸이 옷도 전부 탈탈 털었다. 책상 위에 있던 열쇠가 떨어지다가 전기줄에 쌍절곤처럼 걸려 있을까 싶어 책상으로 올라오는 전선과 케이블들도 살펴보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와 경찰의 격투씬 중 시간이 멈춘 듯 정지상태에서 사람을 한바퀴 돌며 찍는 기법처럼 그날 집안에서 왔다갔다한 내 머리 위에 360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3인칭 시점으로 떠올려 보며 플레이와 일시정지를 진행하며 수색(...)했다.

지난 주에 새로 산 바지에 주머니 봉제가 불량인가싶어 바지도 뒤집어 주머니 재봉선도 한땀한땀 살펴보았다. 빨래바구니도, 양변기 뒤도, 카페트며 러그 아래쪽도, 개어둔 이불속도, 흡입구 크기상 들어갈 수 없는 진공청소기의 먼지통도 들여다봤다. 대체 어디서 떨어졌을지, 왜 주머니에서 빠졌을지 납득하기는 어려웠지만 이쯤하면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본 셈이다. 대략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후의 대책을 위해 알아보니, 키 하나가 있을 때 여벌 키를 새로 만드는건 30만원 정도, 다 잃어버리면 키박스 교체해야하고 그때는 300만원 정도란다. 당연히 견인도 해야할 것이다. 여벌키를 만들지 않으면 이번 분실건에 대한 벌칙(...)은 없는 셈이지만 다음에 한번 더 실수하면 그땐 300만원에 견인이다. 이번엔 집행유예지만 다음엔 가중처벌인 셈이다.

키를 만들어야겠다 싶어 정보를 알아보려고 컴을 켜기로 했다. 어수선하게 2시간여의 열쇠찾기에 지친 내 몸과 마음과는 상관없이 꼬미녀석은 의자에 올라가서 심드렁하게 엎드려 있다. 잠깐 내려와야겠어~ 라면서 녀석의 엉덩이를 툭툭 쳐서 내려보냈다. 꼬미가 내려가면서 바로 시선이 닿는 의자의 앉는 부분에서 팔걸이가 올라오는 경계부위에서 뭐가 반짝~ 한다. 0.1초 사이 그 반짝이는 물체의 정체가 다 파악되기도 전이었지만 차키에 같이 매달린 사무실 열쇠라는걸 바로 알 수 있었다. ㅎㅎ... 의자 팔걸이 틈새에 끼워져있었다. 찾았다. 하루종일 차키 잃어버린 걱정이 바로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의자 팔걸이 틈새는 찾아보지 않았던 장소다. 앉아 있을 때 빠졌다고 가정하면 먼저 살펴봤어야 했는데 의자 엉덩이 부분만 눈으로 훑고 지나간 후 의자를 용의선상에 너무 빠르게 제외시켰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때 쓰는 말이렸다.

겸사겸사 그동안 안중에 없던 에어태그를 하나 구입했다. 이미 온갖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지도 상 위치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이번에 차키를 잃어버렸다 찾아보니 "집 안에 있는가? 없는가?"만 명확해도 열쇠를 찾는데 쓴 시간과 노력이 대부분 사용하지 않아도 됐었을 것이다. 집안에 있다면 에어태그가 방향과 거리까지 알려줬을테고 집안에서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면 빠르게 포기할 수 있었을게다.

차키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허리춤에 고리를 하나 걸고, 스프링으로 연결된 열쇠고리에 차키를 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아내에게 메신저로 의견을 구하니, 차 소유 역사상 차키 분실이 없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매달고 다닐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고 번거로운데다가 신경쓸 일이 하나 더 생기는 일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2024년 2월 21일 수요일

앱이 좋아보이고 가격도 저렴해도 하나 더 체크할 것.

필요한 앱이 기능도 좋고 가격도 적당하다 해서 덥석 구매할 일이 아니다. 앱 업데이트 내역을 봐서 꾸준히, 최근에도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구입하고보니 아뿔사. 업데이트가 3년전에 멈춘 앱이라면 버그도 고쳐지지 않았을테고 조만간 OS가 업데이트되면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일종의 리빙포*트.

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이게 다 첫 회사 복이다.

오래전 떠나 왔지만 그 옛날(...) 첫 회사에 들어간지도 어언 30년이 되어간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IT쪽일을 계속 잘 해올 수 있었던 것도 다 첫 회사를 잘 만난 덕이다, 싶다. 회사는 PC통신에 머드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오너와 임원이셨던 엠팔 멤버 출신 simon님과 cecil님이 직원들로 하여금 기술과 트랜드를 좇는 것을 권장하고 지원하는데 아낌이 없었다.

넉넉한 속도의 인터넷 전용선은 물론 Sun의 워크스테이션과 서버들, freeBSD, Linux 등이 깔린 PC서버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회사 책장에 빼곡히 꽂힌 수많은 컴퓨터 관련 도서와 원서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vi 편집기만 보면 불편함보다 반가움에 미소부터 지어진다. 유즈넷에서 이러저러한 alt 쿨럭쿨럭 바이너리 쿨럭 다운로드도 원없이 받을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회사 자원으로 업무 외 딴짓을 하더라도 업무에 차질만 없고, 보안상 문제만 없다면 뭐라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회사에서는 IRC서버를 지원해주었는데 무릇 IRC서버가 전 세계로부터 받아내는 공격을 생각하면 큰 결단이었을 것이다. 당시 인연으로, 지금이야 소원해졌지만 전설 속의 해커 bofh님을 비롯하여 걸출한 시스템관리자들인 다즐링, 홀리, 현석, 유니션, 적수, 먼저 우리 곁을 떠나버린 ikarus 님들과 가끔 말이라도 한번 섞을 수 있었다. 귀동냥으로 얉고 넓은 공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마이크로택5000으로 처음 핸드폰을 마련한 것도, PalmPilot으로 PDA에 입문했던 것도 다 이때였다.

같이 일했던 개발자 시리우스님은 , 우리는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람들 이라고 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어느 게이머는 게임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초고수로 변신했는데, 그의 꿈이면 꿈이고 욕망이면 욕망이었을 것이다. 이후 블로그서비스를 비롯해 SNS 서비스 기획자로 살아오며,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어떤 꿈을, 어떤 욕망을 만족시키고 싶은지를 잊지 않았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대충 일 반, 게임 반을 하면서 회사 전기를 축(...)냈는데, 당시에 처음 나왔던 Quake1을 주로했고, 이때 게임에서 만난 hurd님과는 먼 훗날 같이 일하기도 했다. KQM클랜으로 22/flex, sangboy, indra 님등이 쏴주는 로켓런처 얻어타고 서울구경도 해보고 레일건으로 레이저치료도 따끔하게 받았다. (=로켓포 맞고 날아갔다는 뜻이며 레일건으로 치명타 입었다는 이야기)

IMF 외환위기 당시 일부 경영진과 많은 직원들이 자의와 타의로 회사를 떠났고, 회사도 개점휴업 상태로 뱅뱅사거리 뒷골목 조그만 사무실에 모든 장비,가구와 집기들을 쟁여놓고 창고처럼 쓰며 사무실을 지켰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월급이 밀렸는지 줄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떠난 이들을 생각하면 버틸 여지가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새로운 사무실과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다시 회사가 운영되기 시작할 때까지 simon님과 cecil님이 어떤 험한 상황을 헤쳐나왔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상용인터넷 초창기이자 웹의 태동기에 자유로운 분위기의 게임회사에서 일함으로써 다양한 IT 기술과 트랜드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알짜 밑천이 되었다. 첫 회사에서 배운 또 다른 기술이면 기술, 태도라면 태도 중의 하나는 고객과 대화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이었다. 게임에 대한 고객의 의견,제안,항의는 물론 돈을 벌고 레벨을 올리고 기술을 배우고 결혼도 하는 게임 특성상 사회의 축소판 같은 희로애락의 다양한 사연들을 매일 접해야 했다. 따뜻하면서 공정해야 했고 명쾌하되 인정이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진솔하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그 대화가 언제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수 있고 그럴 때에도 문제가 없는 내용과 표현이어야 했다.

무슨 일을 하든, 얼마나 나이차이가 나든 누구에게도 먼저 반말을 하지 않는 것 역시 simon님과 cecil님의 영향이다. 사장과 이사가 모든 구성원과 속칭 사환에게까지 존칭을 쓰는데 누군들 말을 놓을 수 있겠는가, 아직도 얼굴이 눈에 선한 파랑, 링링, 석우, 종우, 범규, 실리안, 시리우스, 쥴리, 세팔, 다른 비즈니스를 할때 멤버들인 허드,허브,소나무,꽁득이, 프로그, 레몬, 우삼, 경철, 선필,마라톤,종률, 수찬씨하고도 그러하였다.

simon님하고는 아직도 간간히 연락하고 살고 있는데, 30년전 직원에게 생일때마다 잊지않고 축하해주신다. 어디 대기업 출신들이 자기네 회사 이름을 따서 무슨 맨, 무슨 상사맨 하는 것처럼 이름을 붙인다면 나야 그동안 거쳤던 회사, 더 오래 다녔던 회사들은 됐고 첫 회사 이름을 따와 삼정OB라 불러주면 그저 영광일 뿐이다.

[업데이트]@2월19일 14:30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이 글 보더니 뭔 일 있냐고 물어본다. 별일은 없다. 그저 오래되었지만 고마웠던 추억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기록하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