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장인 산소를 개장하여 납골당에 모시다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지금은 잘 관리도 되지 않는 공동묘지에 모셔져있던 장인의 산소를 개장하였다. 벌초할 때마다 관리 잘 되고 가까운 곳으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에 모시게 됐다. 아내와 연초에 정한 올해 우리 집안(?)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장마와 폭염은 끝나야겠고 겨울이 오기 전에 말이다. 

정부24등에서 온라인으로 개장신청을 해도 되나 워낙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고인의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제적등본도 뗄 수 없었다. 묘지와 묘비 사진은 산소 갈 때마다 찍어둔게 있었고 아내의 신분증,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챙겨 묘지가 위치한 지자체의 담당부서를 찾아갔다. 개장신고서를 쓰고 서류와 묘지와 묘비 사진을 보여드렸고 개장신고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다음 순서는 e하늘장사라고 화장장 예약 시스템에 에약을 해야한다. 개장한 고인의 유골은 화장장의 마지막 시간인 17시에만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을 확정하기 전에 파묘하고 유골을 수습해 줄 업체와 일정을 조정해야하는데 우리는 묘지 관리소 담당자에게 개장 작업을 의뢰하여 일정을 잡았다. 낮에 묘소에서 유골을 수습해주시면 유가족이 인수해서 오후 5시에 화장한다.  

유골함은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하였다. 화장장에서 판매하는 유골함의 가격대는 미리 알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미리 온라인에서 모양과 가격대, 리뷰를 보고 구입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중에 화장장에 가서 보니 미리 구입해가는 것이 평균 25%정도, 고가 제품은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개장 당일 오전에 묘지 관리인이 보낸 장인어른 묘비 사진이 도착했다. 그 비석이 맞다, 오른쪽 면에 써 있는 관리번호를 알려드렸다. 관리자는 묘비 옆면도 찍어 보내주었다. 재차 서로 확인을 마쳤다. 유족이 도착하면 된다는 시간보다 한시간 먼저 도착하도록 집에서 출발했다. 가는 도중 개장 작업이 다소 일찍 마무리될 수 있으니, 사진으로 기록 남기고 유골 수습해도 되겠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시라고 하였다. 작업 중간중간 현장 사진을 보내주셨는데다가 유골을 추려내는 마지막 과정을 아내과 내가 참관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오히려 안보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묘지 관리사무소에 도착했고 유골은 모두 수습이 완료된 상태였다. 근조라고 인쇄된, 말하자면 전용 종이 상자에 모셔져 있었다.  "이제 마지막인데 묘지가 있던 자리에 한번 다녀오셔요." 묘지 관리인이 말했다. 산소가 있던 자리는 다 평평하게 덮혀있었다,  묘비는 안에 파 묻었다고 하였다. 용도가 없어진 묘비는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희가 이제 모시고 갑니다.'

처음에 상담할 때 카드결제가 된다고 했던 관리인은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작업 사진을 보니 온갖 나무 뿌리가 얽힌 묘지라 고생하셨을게 눈에 선하기도 했거니와 이런 일에 카드니 현금이니 이야기를 꺼낼 일은 아니다. 나중에 말하길, 아내는 이럴 줄 미리 예상하고 이체할 금액을 준비해갔단다.

상자를 봉하고, 미리 예약해둔 화장장으로 모셨다. 유골수습이 예정보다 일찍 끝난 터라 화장장에도 예약시간보다도 빨리 도착했다. 접수창구에 물어보니 일찍 도착했다 하여도 5시 예약한 개장 유골의 접수는 오후4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시간이 붕 뜬 것이다. 장인어른의 유골을 모시고 시내로 나가 밥을 먹고 차 한잔 마시고 왔다. 화장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길에는 단풍이 제법 들고 있어서, 예정엔 없던 가을 단풍놀이를 장인어른을 모시고 다녀왔다고 아내와 이야기했다. 

4시가 가까워오면서 5시에 개장 유골을 화장하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화장장 사무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처럼 종이상자에 모셔온 분도 계시고 작은 나무관에 모시고 천으로 묶어 온 분들도 계셨다. 우리 화장 시간에는 총 여덟분의 화장이 진행됐는데  예약하신 분들이 다 도착하셨는지 5시 화장은 4시 반부터 시작했다. 화장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보면 기본 화장 시간은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보이나 개장 유골은 훨씬 빨리 끝났다. 5시가 넘어가면서 화장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둔 유골함을 가지고 수골실로 가 있으니 직원이 작은 창을 열고 고인 성함을 확인 한 후 유골함을 받아갔다.  잠시 후 다시 창이 열리고 보자기에 싸인 유골함을 내어왔다. 이 순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려주지 않아도 최대한의 감사와 경건한 마음을 담아 직원분께 인사했다. 직원분도 마찬가지로 허리를 깊이 숙여주셨다. 

유골함을 받은 후 납골당으로 모셔야 하는데, 봉안를 위한 접수 마감시간이 오후 5시 20분까지라고 했다.  집으로 모셔와 딸과 사위의 집에서 하루밤 같이 지내시게 한 후 다음날 아침 납골당으로 모셨다. 우리 지역 시립추모공원은 접수순으로 왼쪽 열부터 위에서 아래로 모시고 한칸씩 오른쪽 열로 이동해서 채워나간다. 밝은 쪽의 중간 층에 배정받았다. 공동묘지 맨 가장자리에서 오랜 세월 계셨던지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유리문을 닫기 전 아내가 미리 준비한 작은 조화 장식을 넣었다. 

개장신고 행정절차를 진행해주신 관할 지자체 담당자분들, 유골을 수습해주신 분들, 유골함에 고인의 함자를 새겨 보내주신 온라인 판매자분, 화장장에서 애써주신 분들, 납골당에서 봉안절차를 안내해주신 분들 덕분에 큰 일을 잘 치룰 수 있었다.  더불어, 가족들에게 잘 설명하고 필요할 경우 설득하고 이해시킨 후 꼼꼼하게 서류를 준비하고 신속하게 진행한 아내의 추진력이 무엇보다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