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참 많은 글을 쓴다. 동호회에, 내 블로그에, 다른이의 코멘트란에, 회사서류에...
타이핑은 빠르지만 글을 쓰는 속도는 전적으로 타자치는 속도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글 쓸 내용을 정리해두고 타이핑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타이핑을 하기 때문에 한글자 한글자를 칠때마다 계속 생각을 생산해내야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의 생산"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로 "어휘의 선택"이다. 밥이라고 할지 점심이라고 할지 식사라고 할지 끼니라고 할지 아니면 배를 채웠다라고 할지 매 순간 가능한 많은 단어를 떠올린 뒤에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내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이것은 마치 어느걸 내도 되는 화투판에서 가장 좋은 패를 골라내서 깔린 패 위에 딱! 소리가 나게 힘껏 내려치는 기분같은 쾌감을 준다.
그리고 여러번 문장을 읽어보고 읽는 사람이 잘못 이해할 여지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본다. 내가 쓴 글은 아무리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반론의 여지는 없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아예 쓰지 않거나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에 쓰곤 잠궈둘 일이다.) 남이 읽은뒤에 이해를 하는 정도는 그 사람의 이해하는 능력에 달렸지만 애초부터 나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똑바로 쓰지 못했다면 읽는 사람으로서는 별 수 없지않겠는가.
내가 소심한 탓인지, 미도리님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거칠지만 생생하게 써내려가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난 그렇게 썼다가는 한시간뒤부터 밀려오는 후회에 안절부절못할테니까.
나같은 글쓰기 결벽증환자는 뭔가를 제대로 만족스럽게 쓴다는게 쉽지 않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수밖에는. 그런 의미에서 디카(사진만 뎅그러니 올려놓는)열풍은 한편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회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찍고, 올리고, 튀어라. 그러면 대략 알아서 감상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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